제3장 반란_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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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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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문셔틀 4호함. 엘리시온 전용 바.
조용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이 무척이나 부담스런 분위기다. 모두가 가위에 눌리기라도 한 듯 고개를 떨구고 꼼짝도 않는다. 실의와 침울함만이 바이올린의 처량한 선율을 타고 테이블 사이를 흐를 뿐이다.
“이제...”
누군가가 긴 침묵을 깨뜨렸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분명한 건 우린 이곳에 남아야 해. 황제 폐하의 명령이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힘없이 대답한 사람은 크릴이었다.
“신류원 소속의 과학자 오십 명. 비행 승무원 50명, 우릴 감시할 군인 150명, 그리고...”
크릴은 대강당에서 부함장 존이 불러준 잔류자 명단의 숫자를 기계처럼 되뇌고 있었다. 크릴이 ‘문셔틀 4호함 소속의 기술직 엘리시온 457 명 전원’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누군가가 물었다. 거의 울먹이는 음성이었다.
“우린 언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크릴의 고개가 그리로 돌아갔다. 흐리멍덩하게 풀린 그의 눈동자에 돌연 불꽃이 번쩍 튀는가 싶더니 천둥 같은 고함이 튀어나왔다.
“알 게 뭐야? 제기랄!”
짜증이 태산처럼 치솟는 바람에 무언가를 부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크릴은 테이블을 불끈 움켰다.
“언제 우리가 고향에 돌아갈 것인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어. 이게 무얼 의미하겠어?”
크릴은 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지만, 테이블은 당장이라도 공중으로 날아갈 듯이 들썩거렸다.
“희망을 잃지 말자. 다음 인력이 도착하면 교대할 거라고 했어.”
크릴의 어깨를 다독거리면서 위로를 던진 자는 바텐더 호른이었다.
“그게 그 소리지! 그들이 언제 올지 알고 그 말을 믿느냐고! 내겐, 내겐... 가족이 있어. 부모님과 아내와 귀여운 두 자식이...”
크릴은 거의 흐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절망이었다.
곁에서 고개를 떨군 채 잠자코 숨만 씨근덕거리던 헬튼이 돌연 송곳니를 드러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될 지도 몰라.”
모두의 안색이 해쓱하게 질렸다.
“설마 그렇게까지...”
몇 명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그런 그들의 표정조차 헬튼의 말처럼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인간들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인간들 눈에는 우리 엘리시온들이야말로 그들에게 빌붙어 찌꺼기를 주워먹는 거지들에 불과해. 우리에게 마음을 연 인간들은 하나도 없어. 행복은 그들만의 전유물이란 말이다!”
열변을 토하는 헬튼은 점점 흥분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 임무에 자원한 것은 도시에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열 배나 되는 보수 때문이었어. 언제나 찌들고 배고픈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식들에게 조금은 풍족한 음식을 주기 위하여... 그러고 이 곳의 일을 참아낼 수 있었던 건 지구로 돌아가면 조금은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어. 부모와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는... 그런데 돌아갈 수 없다고? 그렇게도 태연하게 우리의 희망을 짓밟을 수 있다니!”
헬튼의 수사자 같은 은빛 갈기가 꼿꼿하게 뻗어 올라 얼굴을 뒤덮었다. 백수의 왕 같은 위엄과 살기가 그를 온통 뒤덮었다.
“우린 인간에게 복종하는 대신 사냥을 않고 음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지.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린 자유를 잃었어. 이렇게 달에 갇히게 되었어. 이건 유배생활이야! 우린 그 잘난 인스턴트 식품과 우리의 자유를 바꿔버린 거라고!”
바 안이 떠나가도록 소리친 자는 프롬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쇠가 갈리듯이 거칠고 귀에 거슬렸지만, 그의 말은 불덩이처럼 날아와 모두의 가슴을 지졌다.
이 순간 바 안의 모두가 음식보다는 자유가 그립게 느껴졌다. 물론 그 자유보다 날고기가 더욱 매력적이라는 프롬의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이때였다.
“어떤 녀석이야? 유배생활이라고? 자유를 잃었다고? 어느 썩어 문드러진 녀석이 헛소리를 내뱉는 거냐!”
술 취한 고함 소리가 밖에서 날아들었다. 웅성거리던 바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바닥으로 깔렸다.
군인 네 명이 엘리시온 전용의 바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넷 중 유난히도 눈에 띠는 놈이 있었다. 술에 대취해 비틀거리는 그 놈은 바로 프리츠였다.
‘프리츠다! 마이너를 죽인 그놈!’
프롬은 커다란 얼음덩이가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듯하여 전신을 오싹 떨었다.
‘저 놈은 살인마다. 내가 한 말인 걸 알면 당장 죽이려 들 거야.’
프롬 뿐만 아니라 바 안의 모든 엘리시온들도 두려움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비켜! 이 쓰레기 같은 놈들!”
프리츠는 거치적거리는 엘리시온들에게 주먹을 날리면서 반항적인 말을 한 놈을 찾아 들어갔다.
예외도 있지만 엘리시온들은 대부분 프리츠보다 머리 하나만큼은 컸다. 그 덩치들이 프리츠의 주먹질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는다. 방어라고는 정통으로 맞지 않게끔 요령을 부리는 것이 고작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혔다간 더욱 큰 곤욕을 치른다는 걸 익기 경험한 때문이다.
동료들 중 가장 힘이 세고 날렵한, 바의 입구와 프롬 사이에 서 있던 헬튼도 프리츠의 주먹에 입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일부러 피하지 않고 프리츠를 정면으로 가로막은 대가였다. 얼얼한 통증이 입 언저리를 맴돌면서 사라지지 않았다. 제법 호되게 맞은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튼은 길을 비키지 않았다. 아픔이나 두려움보다는 분노가 앞선 까닭이었다. 그는 석상처럼 우뚝 선 채 겨우 가슴 어림 밖에 되지 않는 프리츠를 내립떠보았다. 프리츠로선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이 새끼! 너...!”
욕설을 퍼붓던 프리츠가 돌연 헬튼의 겨드랑이 밑으로 빠지고 돌면서 소리쳤다.
“어딜 숨어? 이 뱀같이 생긴 녀석아! 네 놈이 지껄이는 걸 봤단 말이다. 넌 반란의 주모자야!”
동료들 틈 사이로 슬그머니 숨어들던 프롬은 움찔 몸을 굳히고 말았다. 이미 들킨 이상 도망쳤다간 뒷감당을 하지 못할 것이다.
‘젠장! 재수 옴 붙었군.’
프롬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프리츠에게 억지로 웃어 보였다. 선처를 바라는 웃음이었지만, 뱀 같은 인상의 웃음이란 오히려 더욱 역겹게 비치기 마련이었다.
프리츠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진다.
“구역질나는 녀석!”
프리츠의 주먹과 발길질이 프롬의 얼굴과 가슴, 옆구리에 작렬한다. 프롬은 짐짓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면서 몸을 웅크렸다.
“유배라고? 말 잘했다! 내가 왜 너희 짐승 같은 놈들과 함께 이런 불모지에 유배되어야 하는 거냐? 왜!”
프리츠의 매질이 더욱 거세게 몰아친다. 그러나 사실 이까짓 주먹질쯤이야 수십 대를 맞아도 견딜 수 있다. 급소를 정통으로 맞지만 앉는다면 인간의 주먹이란 그저 안마를 받는 셈 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롬의 아픈 척하는 연기는 금방 들통나고 말았다. 프리츠의 얼굴에 지독한 살의가 떠오른다.
“이 새끼! 날 놀려?”
프리츠는 한 차례 프롬의 가슴을 질끈 밟고서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전기봉이다. 마이너를 죽였던...
파지직!
전기봉 끝단에서 파르스름한 스파크가 튀었다.
프롬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비록 함 내에서는 전기봉을 오만 볼트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것에 맞으면 한 며칠은 고생할 것이다.
두려움은 곧 본능적인 방어 욕구를 자극했다.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던 전신 근육이 갑자기 경직되었다. 반격을 하고픈 강한 충동이 마음의 문을 마구 두드렸다.
쿡! 쿵! 심장이 격하게 뛴다. 프리츠가 전기봉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인다. 동시에 프롬의 응축된 힘이 분출되려 근육이 세차게 경련한다. 프리츠가 전기봉을 내리치는 순간이면, 그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프롬의 주먹이 날아갈 것이다. 육체적 능력이라면 엘리시온이 인간보다 몇 배는 우월하니까. 이 한번으로 프리츠는 한 동안 의무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 후의 결과는 지금의 프롬으로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냥 홧김에 떠들어댄 것에 불과합니다, 프리츠 중사님.”
온화한 목소리... 바텐더 호른이다. 프롬이 먹이로 생각하며 군침을 흘리던.
호른은 전기봉을 쥔 프리츠의 오른손을 움키고 있었다.
호른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술에 취한 프리츠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이 새끼!”
프리츠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재빨리 전기봉을 왼손으로 바꿔 쥐었다. 그러고는 전기봉으로 호른의 머리를 후려쳤다.
머리를 맞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엇!”
호른은 움찔 놀라 프리츠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전기봉이 빗나갔다. 프리츠는 더욱 흥분하여 잇따라 전기봉을 휘두른다. 뒤로 비칠비칠 물러나던 호른은 근처의 동료 엘리시온들에게 등을 부딪쳤다. 호른이 멈칫하는 순간 전기봉이 떨어졌다. 호른의 목 부위였다.
“으아악!”
호른의 입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호른의 전신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살 타는 냄새가 확 풍겨 나왔다.
호른뿐만이 아니다. 호른과 신체가 맞닿았던 두 명의 엘리시온들도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좌우로 퉁겨져 나가 쓰러졌다.
모두가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프리츠와 동행한 로데커와 나머지 두 명의 동료들도 놀랐다.
“죽어라, 죽어! 개자식”
이 소동에도 불구하고 프리츠는 전기봉으로 쓰러진 호른을 두 번, 세 번 계속 내리치고 있었다. 놈은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프리츠! 진정해!”
로데커 등 세 사람은 프리츠에게 달려들어 팔과 목을 억누르고 전기봉을 빼앗았다.
한 녀석이 전기봉의 전원을 끄면서 소리쳤다.
“맙소사! 수백만 볼트의 전류가 그대로 흘러버렸어!”
다른 한 명이 머리를 감싸쥐고서 괴롭게 소리쳤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프리츠! 왜 전기봉을 안전 모드로 바꾸지 않았지?”
군인들이 소지하는 전기봉의 최대전압은 삼 백 만 볼트에 달했다. 그러나 이건 우주선 밖에서만 허용된 수치였다. 우주선 내로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전기봉의 최대전압을 오 만 볼트 이하의 안전 모드로 바꾸게끔 되어 있었다. 프리츠는 이 규정을 어긴 것이다.
로데커는 프리츠의 어깨를 마구 흔들면서 소리쳤다.
“음주만 해도 처벌감인데 무기 관리 위반까지! 프리츠! 왜 그랬지? 넌 중형이야! 중형이라고!”
프리츠는 로데커의 팔을 뿌리치고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헛소리 집어쳐! 짐승 한 마리 잡았을 뿐인데, 처벌은 무슨 놈의 처벌이야! 여긴 돼지우리야! 저놈들은 돼지들이라고!”
“정신차려, 프리츠!”
로데커는 프리츠가 더는 발광하지 못하게끔 껴안았다.
이때다. 호른의 상태를 살피던 동료 하나가 낭패하여 부르짖었다.
“죽었어!”
또 다른 동료가 소리쳤다.
“이 둘도 상태가 위험해! 어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술기운과 흥분에 사로잡힌 프리츠였지만, 호른이 죽었다는 말에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프리츠와 로데커는 즉시 호른의 곁으로 다가갔다. 전기봉에 맞은 호른의 목 부위는 시커멓게 타서 부어 오른 상태였다. 감전의 충격으로 경동맥이 찢어졌는지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고, 칠공으로도 피를 쏟고 있었다.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즉사였다. 호른과 신체가 접촉되었던 두 명의 엘리시온들도 인사불성이 된 채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젠장! 골치 아프게 되었군.”
“어떻게 하지? 지금 이 장면은 분명 카메라에 잡혔을 거야. 변명도 할 수 없다고!”
“젠장! 우리도 불똥이 튀었어. 조사를 받으면 음주로 처벌받게 될 걸. 이게 다...”
로데커와 두 명의 동료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프리츠를 힐끔 곁눈질하면서 질책의 빛을 보내었다.
프리츠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술김에 대범하고 난폭해진 그다. 나중에 자신에게 찾아올 결과 따위가 두려울 리 없다.
“신경들 꺼! 내가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지!”
프리츠는 다시금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로데커는 프리츠의 팔을 쥐었다.
“감정적으로 행동할 때가 아냐, 프리츠!”
“이것 놔, 겁쟁이 녀석들! 꼴도 보기 싫단 말이다!”
프리츠는 로데커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싸고서 웅성거리는 엘리시온들을 밀치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로데커와 두 동료는 호른의 시체를 앞에 두고 안절부절못했다.
“어떻게 하지?”
한 녀석의 겁먹은 독백에 로데커는 쥐어짜듯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하는 수 없지. 미리 보고하고 선처를 바랄 수밖에.”
다른 녀석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투덜거렸다.
“기껏 엘리시온 하나 죽은 건데, 설마 가혹한 처벌이야 내리겠어? 프리츠는 몰라도 우린 어떻게...”
로데커는 주변의 엘리시온들에게 말했다.
“시체실로 옮겨라! 우린 군의관과 함장에게 보고할 테니.”
그러고는 두 동료와 함께 도망치듯 바를 빠져나갔다.
‘호른...!’
헬튼은 비록 바의 한켠에서 울분을 삼키고 있었지만, 로데커 등의 대화를 낱낱이 들었다. 그의 청력은 보통 인간의 다섯 배에 달했던 것이다.
‘기껏 엘리시온 하나라고? 우린 길가의 쓰레기만도 못한 놈인가?’
헬튼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정통으로 맞은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그 피 한 방울이 손등에 똑 떨어지는 순간, 마이너의 비참한 최후가 다시 헬튼의 눈앞을 스쳤다.
‘프리츠! 그 놈은 마이너를 죽인 놈이다! 마이너를 죽인... 바로 그놈이다!’
증오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프리츠를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기억의 저편에 갇힌 야성의 강력한 힘이 이제 다시 분출구를 찾아 꿈틀대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헬튼?”
뜨거운 살기에 휩싸인 헬튼의 등을 두드린 자는 크릴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아. 이러다가 자칫...”
크릴은 우려 섞인 눈길로 주위의 동료들을 훑어보았다.
모두가 동요했다. 동료들의 술렁거림이 점차 커졌고, 바 안을 터뜨려 버릴 듯한 흥분이 팽팽하게 고조되고 있었다.
“크릴, 호른을 시체실로 데리고 가. 다른 두 명은 의무실로 옮기고.”
“넌?”
“따로 할 일이 있어.”
크릴은 헬튼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왔다.
“헬튼, 너 설마...”
헬튼은 크릴의 어깨를 두드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먼저 죽어간 형제들의 혼을 위로하려는 것 뿐이야.”
헬튼은 크릴이 미처 만류하기도 전에 동료들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헬튼도, 크릴도, 그리고 다른 그 누구도 소동의 원인이 된 프롬의 모습이 벌써 바에서 사라진 걸 몰랐다.
문셔틀 4호함. 엘리시온 전용 바.
조용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이 무척이나 부담스런 분위기다. 모두가 가위에 눌리기라도 한 듯 고개를 떨구고 꼼짝도 않는다. 실의와 침울함만이 바이올린의 처량한 선율을 타고 테이블 사이를 흐를 뿐이다.
“이제...”
누군가가 긴 침묵을 깨뜨렸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분명한 건 우린 이곳에 남아야 해. 황제 폐하의 명령이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힘없이 대답한 사람은 크릴이었다.
“신류원 소속의 과학자 오십 명. 비행 승무원 50명, 우릴 감시할 군인 150명, 그리고...”
크릴은 대강당에서 부함장 존이 불러준 잔류자 명단의 숫자를 기계처럼 되뇌고 있었다. 크릴이 ‘문셔틀 4호함 소속의 기술직 엘리시온 457 명 전원’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누군가가 물었다. 거의 울먹이는 음성이었다.
“우린 언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크릴의 고개가 그리로 돌아갔다. 흐리멍덩하게 풀린 그의 눈동자에 돌연 불꽃이 번쩍 튀는가 싶더니 천둥 같은 고함이 튀어나왔다.
“알 게 뭐야? 제기랄!”
짜증이 태산처럼 치솟는 바람에 무언가를 부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크릴은 테이블을 불끈 움켰다.
“언제 우리가 고향에 돌아갈 것인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어. 이게 무얼 의미하겠어?”
크릴은 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지만, 테이블은 당장이라도 공중으로 날아갈 듯이 들썩거렸다.
“희망을 잃지 말자. 다음 인력이 도착하면 교대할 거라고 했어.”
크릴의 어깨를 다독거리면서 위로를 던진 자는 바텐더 호른이었다.
“그게 그 소리지! 그들이 언제 올지 알고 그 말을 믿느냐고! 내겐, 내겐... 가족이 있어. 부모님과 아내와 귀여운 두 자식이...”
크릴은 거의 흐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절망이었다.
곁에서 고개를 떨군 채 잠자코 숨만 씨근덕거리던 헬튼이 돌연 송곳니를 드러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될 지도 몰라.”
모두의 안색이 해쓱하게 질렸다.
“설마 그렇게까지...”
몇 명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그런 그들의 표정조차 헬튼의 말처럼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인간들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인간들 눈에는 우리 엘리시온들이야말로 그들에게 빌붙어 찌꺼기를 주워먹는 거지들에 불과해. 우리에게 마음을 연 인간들은 하나도 없어. 행복은 그들만의 전유물이란 말이다!”
열변을 토하는 헬튼은 점점 흥분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 임무에 자원한 것은 도시에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열 배나 되는 보수 때문이었어. 언제나 찌들고 배고픈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식들에게 조금은 풍족한 음식을 주기 위하여... 그러고 이 곳의 일을 참아낼 수 있었던 건 지구로 돌아가면 조금은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어. 부모와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는... 그런데 돌아갈 수 없다고? 그렇게도 태연하게 우리의 희망을 짓밟을 수 있다니!”
헬튼의 수사자 같은 은빛 갈기가 꼿꼿하게 뻗어 올라 얼굴을 뒤덮었다. 백수의 왕 같은 위엄과 살기가 그를 온통 뒤덮었다.
“우린 인간에게 복종하는 대신 사냥을 않고 음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지.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린 자유를 잃었어. 이렇게 달에 갇히게 되었어. 이건 유배생활이야! 우린 그 잘난 인스턴트 식품과 우리의 자유를 바꿔버린 거라고!”
바 안이 떠나가도록 소리친 자는 프롬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쇠가 갈리듯이 거칠고 귀에 거슬렸지만, 그의 말은 불덩이처럼 날아와 모두의 가슴을 지졌다.
이 순간 바 안의 모두가 음식보다는 자유가 그립게 느껴졌다. 물론 그 자유보다 날고기가 더욱 매력적이라는 프롬의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이때였다.
“어떤 녀석이야? 유배생활이라고? 자유를 잃었다고? 어느 썩어 문드러진 녀석이 헛소리를 내뱉는 거냐!”
술 취한 고함 소리가 밖에서 날아들었다. 웅성거리던 바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바닥으로 깔렸다.
군인 네 명이 엘리시온 전용의 바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넷 중 유난히도 눈에 띠는 놈이 있었다. 술에 대취해 비틀거리는 그 놈은 바로 프리츠였다.
‘프리츠다! 마이너를 죽인 그놈!’
프롬은 커다란 얼음덩이가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듯하여 전신을 오싹 떨었다.
‘저 놈은 살인마다. 내가 한 말인 걸 알면 당장 죽이려 들 거야.’
프롬 뿐만 아니라 바 안의 모든 엘리시온들도 두려움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비켜! 이 쓰레기 같은 놈들!”
프리츠는 거치적거리는 엘리시온들에게 주먹을 날리면서 반항적인 말을 한 놈을 찾아 들어갔다.
예외도 있지만 엘리시온들은 대부분 프리츠보다 머리 하나만큼은 컸다. 그 덩치들이 프리츠의 주먹질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는다. 방어라고는 정통으로 맞지 않게끔 요령을 부리는 것이 고작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혔다간 더욱 큰 곤욕을 치른다는 걸 익기 경험한 때문이다.
동료들 중 가장 힘이 세고 날렵한, 바의 입구와 프롬 사이에 서 있던 헬튼도 프리츠의 주먹에 입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일부러 피하지 않고 프리츠를 정면으로 가로막은 대가였다. 얼얼한 통증이 입 언저리를 맴돌면서 사라지지 않았다. 제법 호되게 맞은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튼은 길을 비키지 않았다. 아픔이나 두려움보다는 분노가 앞선 까닭이었다. 그는 석상처럼 우뚝 선 채 겨우 가슴 어림 밖에 되지 않는 프리츠를 내립떠보았다. 프리츠로선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이 새끼! 너...!”
욕설을 퍼붓던 프리츠가 돌연 헬튼의 겨드랑이 밑으로 빠지고 돌면서 소리쳤다.
“어딜 숨어? 이 뱀같이 생긴 녀석아! 네 놈이 지껄이는 걸 봤단 말이다. 넌 반란의 주모자야!”
동료들 틈 사이로 슬그머니 숨어들던 프롬은 움찔 몸을 굳히고 말았다. 이미 들킨 이상 도망쳤다간 뒷감당을 하지 못할 것이다.
‘젠장! 재수 옴 붙었군.’
프롬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프리츠에게 억지로 웃어 보였다. 선처를 바라는 웃음이었지만, 뱀 같은 인상의 웃음이란 오히려 더욱 역겹게 비치기 마련이었다.
프리츠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진다.
“구역질나는 녀석!”
프리츠의 주먹과 발길질이 프롬의 얼굴과 가슴, 옆구리에 작렬한다. 프롬은 짐짓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면서 몸을 웅크렸다.
“유배라고? 말 잘했다! 내가 왜 너희 짐승 같은 놈들과 함께 이런 불모지에 유배되어야 하는 거냐? 왜!”
프리츠의 매질이 더욱 거세게 몰아친다. 그러나 사실 이까짓 주먹질쯤이야 수십 대를 맞아도 견딜 수 있다. 급소를 정통으로 맞지만 앉는다면 인간의 주먹이란 그저 안마를 받는 셈 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롬의 아픈 척하는 연기는 금방 들통나고 말았다. 프리츠의 얼굴에 지독한 살의가 떠오른다.
“이 새끼! 날 놀려?”
프리츠는 한 차례 프롬의 가슴을 질끈 밟고서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전기봉이다. 마이너를 죽였던...
파지직!
전기봉 끝단에서 파르스름한 스파크가 튀었다.
프롬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비록 함 내에서는 전기봉을 오만 볼트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것에 맞으면 한 며칠은 고생할 것이다.
두려움은 곧 본능적인 방어 욕구를 자극했다.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던 전신 근육이 갑자기 경직되었다. 반격을 하고픈 강한 충동이 마음의 문을 마구 두드렸다.
쿡! 쿵! 심장이 격하게 뛴다. 프리츠가 전기봉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인다. 동시에 프롬의 응축된 힘이 분출되려 근육이 세차게 경련한다. 프리츠가 전기봉을 내리치는 순간이면, 그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프롬의 주먹이 날아갈 것이다. 육체적 능력이라면 엘리시온이 인간보다 몇 배는 우월하니까. 이 한번으로 프리츠는 한 동안 의무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 후의 결과는 지금의 프롬으로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냥 홧김에 떠들어댄 것에 불과합니다, 프리츠 중사님.”
온화한 목소리... 바텐더 호른이다. 프롬이 먹이로 생각하며 군침을 흘리던.
호른은 전기봉을 쥔 프리츠의 오른손을 움키고 있었다.
호른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술에 취한 프리츠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이 새끼!”
프리츠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재빨리 전기봉을 왼손으로 바꿔 쥐었다. 그러고는 전기봉으로 호른의 머리를 후려쳤다.
머리를 맞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엇!”
호른은 움찔 놀라 프리츠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전기봉이 빗나갔다. 프리츠는 더욱 흥분하여 잇따라 전기봉을 휘두른다. 뒤로 비칠비칠 물러나던 호른은 근처의 동료 엘리시온들에게 등을 부딪쳤다. 호른이 멈칫하는 순간 전기봉이 떨어졌다. 호른의 목 부위였다.
“으아악!”
호른의 입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호른의 전신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살 타는 냄새가 확 풍겨 나왔다.
호른뿐만이 아니다. 호른과 신체가 맞닿았던 두 명의 엘리시온들도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좌우로 퉁겨져 나가 쓰러졌다.
모두가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프리츠와 동행한 로데커와 나머지 두 명의 동료들도 놀랐다.
“죽어라, 죽어! 개자식”
이 소동에도 불구하고 프리츠는 전기봉으로 쓰러진 호른을 두 번, 세 번 계속 내리치고 있었다. 놈은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프리츠! 진정해!”
로데커 등 세 사람은 프리츠에게 달려들어 팔과 목을 억누르고 전기봉을 빼앗았다.
한 녀석이 전기봉의 전원을 끄면서 소리쳤다.
“맙소사! 수백만 볼트의 전류가 그대로 흘러버렸어!”
다른 한 명이 머리를 감싸쥐고서 괴롭게 소리쳤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프리츠! 왜 전기봉을 안전 모드로 바꾸지 않았지?”
군인들이 소지하는 전기봉의 최대전압은 삼 백 만 볼트에 달했다. 그러나 이건 우주선 밖에서만 허용된 수치였다. 우주선 내로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전기봉의 최대전압을 오 만 볼트 이하의 안전 모드로 바꾸게끔 되어 있었다. 프리츠는 이 규정을 어긴 것이다.
로데커는 프리츠의 어깨를 마구 흔들면서 소리쳤다.
“음주만 해도 처벌감인데 무기 관리 위반까지! 프리츠! 왜 그랬지? 넌 중형이야! 중형이라고!”
프리츠는 로데커의 팔을 뿌리치고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헛소리 집어쳐! 짐승 한 마리 잡았을 뿐인데, 처벌은 무슨 놈의 처벌이야! 여긴 돼지우리야! 저놈들은 돼지들이라고!”
“정신차려, 프리츠!”
로데커는 프리츠가 더는 발광하지 못하게끔 껴안았다.
이때다. 호른의 상태를 살피던 동료 하나가 낭패하여 부르짖었다.
“죽었어!”
또 다른 동료가 소리쳤다.
“이 둘도 상태가 위험해! 어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술기운과 흥분에 사로잡힌 프리츠였지만, 호른이 죽었다는 말에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프리츠와 로데커는 즉시 호른의 곁으로 다가갔다. 전기봉에 맞은 호른의 목 부위는 시커멓게 타서 부어 오른 상태였다. 감전의 충격으로 경동맥이 찢어졌는지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고, 칠공으로도 피를 쏟고 있었다.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즉사였다. 호른과 신체가 접촉되었던 두 명의 엘리시온들도 인사불성이 된 채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젠장! 골치 아프게 되었군.”
“어떻게 하지? 지금 이 장면은 분명 카메라에 잡혔을 거야. 변명도 할 수 없다고!”
“젠장! 우리도 불똥이 튀었어. 조사를 받으면 음주로 처벌받게 될 걸. 이게 다...”
로데커와 두 명의 동료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프리츠를 힐끔 곁눈질하면서 질책의 빛을 보내었다.
프리츠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술김에 대범하고 난폭해진 그다. 나중에 자신에게 찾아올 결과 따위가 두려울 리 없다.
“신경들 꺼! 내가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지!”
프리츠는 다시금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로데커는 프리츠의 팔을 쥐었다.
“감정적으로 행동할 때가 아냐, 프리츠!”
“이것 놔, 겁쟁이 녀석들! 꼴도 보기 싫단 말이다!”
프리츠는 로데커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싸고서 웅성거리는 엘리시온들을 밀치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로데커와 두 동료는 호른의 시체를 앞에 두고 안절부절못했다.
“어떻게 하지?”
한 녀석의 겁먹은 독백에 로데커는 쥐어짜듯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하는 수 없지. 미리 보고하고 선처를 바랄 수밖에.”
다른 녀석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투덜거렸다.
“기껏 엘리시온 하나 죽은 건데, 설마 가혹한 처벌이야 내리겠어? 프리츠는 몰라도 우린 어떻게...”
로데커는 주변의 엘리시온들에게 말했다.
“시체실로 옮겨라! 우린 군의관과 함장에게 보고할 테니.”
그러고는 두 동료와 함께 도망치듯 바를 빠져나갔다.
‘호른...!’
헬튼은 비록 바의 한켠에서 울분을 삼키고 있었지만, 로데커 등의 대화를 낱낱이 들었다. 그의 청력은 보통 인간의 다섯 배에 달했던 것이다.
‘기껏 엘리시온 하나라고? 우린 길가의 쓰레기만도 못한 놈인가?’
헬튼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정통으로 맞은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그 피 한 방울이 손등에 똑 떨어지는 순간, 마이너의 비참한 최후가 다시 헬튼의 눈앞을 스쳤다.
‘프리츠! 그 놈은 마이너를 죽인 놈이다! 마이너를 죽인... 바로 그놈이다!’
증오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프리츠를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기억의 저편에 갇힌 야성의 강력한 힘이 이제 다시 분출구를 찾아 꿈틀대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헬튼?”
뜨거운 살기에 휩싸인 헬튼의 등을 두드린 자는 크릴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아. 이러다가 자칫...”
크릴은 우려 섞인 눈길로 주위의 동료들을 훑어보았다.
모두가 동요했다. 동료들의 술렁거림이 점차 커졌고, 바 안을 터뜨려 버릴 듯한 흥분이 팽팽하게 고조되고 있었다.
“크릴, 호른을 시체실로 데리고 가. 다른 두 명은 의무실로 옮기고.”
“넌?”
“따로 할 일이 있어.”
크릴은 헬튼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왔다.
“헬튼, 너 설마...”
헬튼은 크릴의 어깨를 두드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먼저 죽어간 형제들의 혼을 위로하려는 것 뿐이야.”
헬튼은 크릴이 미처 만류하기도 전에 동료들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헬튼도, 크릴도, 그리고 다른 그 누구도 소동의 원인이 된 프롬의 모습이 벌써 바에서 사라진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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