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반란_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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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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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프리츠는 승무원 휴게 구역을 나와 테니스장과 농구장, 수영장 등의 체육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레저 구역으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그는 서너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도 넉넉한 통로의 좌우 벽면으로 어깨를 부딪치면서 고래고래 악을 써댔다.
“황제의 명령이면 다야? 함장이면 다냐구! 난 갈 테다! 지구로 가고 말 테다! 이 지옥 같은 곳은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날 이 지옥에서 꺼내달란 말이다!”
그는 광분한 상태였다. 술기운과, 엄한 규칙을 어긴 후의 포기가 불러다 준 대범함 덕분에 거칠 것이 없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 함장이 있다면, 프리츠는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협박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만 있다면!
‘꺼내주지. 아무렴... 꺼내주고 말고!’
프리츠의 술 취한 뒷모습이 보이는 통로의 한 모퉁이. 그곳에 몸을 숨기고서 프롬은 저주의 말을 되씹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프롬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프리츠의 주먹에 맞아 생긴, 눈가의 찢어진 상처에서 비롯된 통증이다. 아직도 지혈이 되지 않았는지, 뜨끈한 액체가 상처에서 흘러나와 뺨을 도려낼 듯 가르고는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내 먹이 감밖에 안 되는 놈이... 날 죽이려 들어?’
증오심이 피어오를수록 묘한 식욕이 솟구친다. 야생의 본능이다. 어릴 적 자유분방하게 고기를 뜯던... 바로 그 기억! 그 순간의 짜릿한 즐거움이다.
프롬은 소리 죽여 웃었다. 입가로 흐르는 군침은 굳이 프리츠를 잡아먹겠다는 의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래되었지만 아직 잊혀지지 않은, 먹이를 사냥을 하던 기억의 반동이었다.
‘네 소원대로 이 지옥에서 꺼내주마!’
프롬은 이를 질끈 깨물고서 살기 찬 눈으로 프리츠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프리츠가 통로의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기회다! 저곳엔 카메라가 없지.’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스케이트처럼 프롬이 움직였다. 눈 깜빡할 사이에 프리츠가 사라진 모퉁이를 꺾어 돌던 프롬은, 그러나 예상 못한 광경에 입을 벌리고 말았다.
숨 넘어가는 신음소리와 함께 프리츠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발버둥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그 뒤로 헬튼이 차가운 살기를 번뜩이면서 서 있었다.
프롬은 나직이 부르짖었다.
“헬튼!”
순간 우드득! 하고 딱딱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프리츠의 늑골이 모조리 부서지는 소리였다. 프리츠의 고개가 앞으로 툭 꺾였다. 헬튼은 프리츠의 목을 움킨 손을 놓았다. 프리츠는 썩은 짚단처럼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너...!”
프롬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가운데 헬튼은 프리츠의 시신을 발로 툭 걷어차면서 말했다.
“내가 한 발 빨랐어, 프롬.”
이때다. 두 사람의 등뒤로 나직하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외침이 들렸다.
“미친 짓이야!”
크릴이 와 있었다. 그는 프리츠의 시체와 헬튼을 번갈아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거렸다.
“맙소사! 미쳤어! 미쳤어, 넌!”
헬튼은 크릴을 힐끗 바라보면서 차갑게 중얼거렸다.
“진작에 이놈을 죽여버렸다면 호른은 죽지 않았겠지.”
“내가 좀 더 빨리 왔어야 하는 건데... 어쩌자고 이런 짓을 한 거야, 헬튼?”
“이 구역엔 감시 카메라가 없어. 시체만 감쪽같이 처리하면 그만이지. 증거가 없는 이상 우릴 의심할 순 있어도 처벌할 순 없을 거야.”
“그 시체 처리가 문제야!”
“쓰레기 소각장에 몰래 버리면 돼. 몇 시간 후면 재가 되어 달에 뿌려지겠지.”
“거기까지 카메라와 경비병들에게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해야지. 여기서 소각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까.”
“그걸 말이라고 해?”
“그만 해, 크릴! 이미 벌어진 일이야. 이제 중요하고 다급한 건 뒤처리야! 이렇게 입씨름할 시간이 없어!”
헬튼의 단호한 대답에 크릴은 입을 다물었다.
이때 두 사람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프롬이 끼여들었다.
“미안해. 헬튼, 크릴. 나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까, 이 시체는 내가 치우겠어. 발자국 소리도 없이 몰래 움직이는 건 내 특기니까 말이야.”
프롬은 뱀처럼 움직였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데 벌써 저 멀리 사라지곤 했다.
크릴은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하자, 헬튼.”
“좋아. 그렇게 하지.”
크릴의 채근에 헬튼은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태연한 척 했지만, 그도 심적으로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은 상태였다.
크릴은 헬튼의 손을 끌면서 프롬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부탁한다, 프롬.”
언제나 프롬을 경멸하던 크릴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프롬이 고맙게 느껴졌다.
프롬은 씨익 웃었다.
“걱정 마. 이건 내 전문이니까.”
언제나처럼 징그러운 웃음이었지만, 이번에는 크릴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러고는 헬튼을 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하면서 자리를 떴다.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서 프롬은 중얼거렸다.
“헬튼... 언제나 날 찍어누르는 듯해서 기분 나빴지만, 그래도 멋진 구석은 있단 말이야.”
프롬은 프리츠를 어깨에 둘러매었다. 강인한 육체를 가진 그가 인간 하나 드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카메라가 설치된 지점을 속으로 짚어가면서 은밀하게 움직였다. 가끔씩 경비병들의 기척이 가까이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프롬은 능숙하게 그들의 이목을 피했다.
프롬이 레저 구역을 거의 벗어날 즈음이다. 갑자기 뒤통수에서 나직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어 무언가 꼼지락거리는 감촉이 등을 통해 느껴졌다.
‘아직 죽지 않았군!’
프롬은 당황했다. 죽지 않으면 곤란하다. 당장 움직이기는 힘들겠지만 소리라도 지르면 큰일이다.
프롬은 프리츠를 내려놓았다. 물먹은 솜 마냥 축 늘어졌던 프리츠의 팔다리가 미미하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죽여야 한다! 들키기 전에 즉시 죽여야 한다!
프롬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그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 입술을 비집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밖으로 밀려나왔다. 독사처럼 독을 품은 이빨은 프롬의 최대 무기였다.
프리츠의 목이 눈에 선연하게 들어온다. 턱밑으로 경동맥이 뛰는 모습이 보인다. 프롬은 고개를 숙여 송곳니를 프리츠의 경동맥에 박았다. 순간적으로 프리츠의 팔다리가 작살 맞은 고기처럼 바르르 떨다가 잠잠해진다.
프롬은 너무나 오래되어서 생경하기까지 한 감촉이 혀를 간질이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갈구하던 그 비릿한 맛이었다.
먹이다! 싱싱한 먹이다! 피 냄새가 물씬한...
프롬의 머릿속에서 야성이 폭죽처럼 피어올랐다. 세로로 찢어진 그의 동공이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그는 이성을 잃었다. 프리츠의 목에 이빨을 박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으르렁거리는 목굴림 소리와 더불어 입주위로 선혈이 튀면서 바닥에 떨어진다.
사막 속의 갈증이 그를 휘어잡고 있었다. 그는 미친 듯이 피를 삼켰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동자가 시체의 전신을 쓱 훑는다. 그는 나직이 웃었다. 만족과 불만족이 교차하는 웃음이다. 그는 두 갈래로 갈라진 혀로 피투성이의 입술을 핥으면서 오른손을 시체의 배에 쑤셔 넣었다. 두부가 으깨어지듯 인간의 살은 너무나 쉽게 찢어졌다. 그는 손을 한 바퀴 비틀어 시체의 배를 휘저은 다음 빼내었다. 큼지막한 살덩이가 그의 손에 잡혀 있었다.
레저 구역과 오물 처리 구역의 경계를 순찰하던 폴은 문득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동료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같이 순찰을 돌던 배리와 아비나쉬도 거의 동시에 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소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렸다.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왠지 소름을 돋게 만드는 소리였다.
세 사람은 즉시 전기봉을 뽑아들고 소리의 진원을 찾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통로의 모퉁이를 한번 꺾어 돌자 소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씹어 삼키는 소리다. 뼈가 갈리는 듯한 소리도 들린다.
세 사람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역겨운 소리는 통로의 앞쪽 모퉁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모퉁이 근처에 이른 세 사람은 턱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폴이었다. 그는 재빨리 모퉁이를 돌면서 우렁차게 고함을 질렀다.
“거기서 무엇...”
그러나 그 당당함은 씻은 듯 사라지고 말았다. 폴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구역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저것 좀 봐!”
폴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아니더라도 배리와 아비나쉬는 이미 퉁방울 만해진 눈으로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세 사람의 눈에 비친 프롬의 모습은 피로 물든 악마였다.
배리와 아비나쉬는 저녁 때 먹은 것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 동시에 부르짖었다.
“살인이다!”
프롬은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야성의 맛에 정신을 빼앗겨 주의를 소홀히 했던 것이다.
‘죽여야 한다!’
살육 본능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는 삼 미터 이상의 거리를 바람처럼 좁혀들면서 한 녀석, 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바람 같은 공격이었다.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와 더불어 폴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프롬은 연이어 왼쪽에서 달려드는 아비나쉬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전기봉 하나가 프롬의 옆구리를 쑤셨다. 배리가 엉겁결에 내지른 전기봉이었다. 강력한 충격이 프롬을 강타했다. 온몸의 피가 타는 듯한, 혹은 개미가 온몸을 갉아먹는 듯한 통증이 프롬의 전신을 사로잡았다.
프리츠는 승무원 휴게 구역을 나와 테니스장과 농구장, 수영장 등의 체육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레저 구역으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그는 서너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도 넉넉한 통로의 좌우 벽면으로 어깨를 부딪치면서 고래고래 악을 써댔다.
“황제의 명령이면 다야? 함장이면 다냐구! 난 갈 테다! 지구로 가고 말 테다! 이 지옥 같은 곳은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날 이 지옥에서 꺼내달란 말이다!”
그는 광분한 상태였다. 술기운과, 엄한 규칙을 어긴 후의 포기가 불러다 준 대범함 덕분에 거칠 것이 없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 함장이 있다면, 프리츠는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협박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만 있다면!
‘꺼내주지. 아무렴... 꺼내주고 말고!’
프리츠의 술 취한 뒷모습이 보이는 통로의 한 모퉁이. 그곳에 몸을 숨기고서 프롬은 저주의 말을 되씹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프롬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프리츠의 주먹에 맞아 생긴, 눈가의 찢어진 상처에서 비롯된 통증이다. 아직도 지혈이 되지 않았는지, 뜨끈한 액체가 상처에서 흘러나와 뺨을 도려낼 듯 가르고는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내 먹이 감밖에 안 되는 놈이... 날 죽이려 들어?’
증오심이 피어오를수록 묘한 식욕이 솟구친다. 야생의 본능이다. 어릴 적 자유분방하게 고기를 뜯던... 바로 그 기억! 그 순간의 짜릿한 즐거움이다.
프롬은 소리 죽여 웃었다. 입가로 흐르는 군침은 굳이 프리츠를 잡아먹겠다는 의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래되었지만 아직 잊혀지지 않은, 먹이를 사냥을 하던 기억의 반동이었다.
‘네 소원대로 이 지옥에서 꺼내주마!’
프롬은 이를 질끈 깨물고서 살기 찬 눈으로 프리츠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프리츠가 통로의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기회다! 저곳엔 카메라가 없지.’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스케이트처럼 프롬이 움직였다. 눈 깜빡할 사이에 프리츠가 사라진 모퉁이를 꺾어 돌던 프롬은, 그러나 예상 못한 광경에 입을 벌리고 말았다.
숨 넘어가는 신음소리와 함께 프리츠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발버둥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그 뒤로 헬튼이 차가운 살기를 번뜩이면서 서 있었다.
프롬은 나직이 부르짖었다.
“헬튼!”
순간 우드득! 하고 딱딱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프리츠의 늑골이 모조리 부서지는 소리였다. 프리츠의 고개가 앞으로 툭 꺾였다. 헬튼은 프리츠의 목을 움킨 손을 놓았다. 프리츠는 썩은 짚단처럼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너...!”
프롬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가운데 헬튼은 프리츠의 시신을 발로 툭 걷어차면서 말했다.
“내가 한 발 빨랐어, 프롬.”
이때다. 두 사람의 등뒤로 나직하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외침이 들렸다.
“미친 짓이야!”
크릴이 와 있었다. 그는 프리츠의 시체와 헬튼을 번갈아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거렸다.
“맙소사! 미쳤어! 미쳤어, 넌!”
헬튼은 크릴을 힐끗 바라보면서 차갑게 중얼거렸다.
“진작에 이놈을 죽여버렸다면 호른은 죽지 않았겠지.”
“내가 좀 더 빨리 왔어야 하는 건데... 어쩌자고 이런 짓을 한 거야, 헬튼?”
“이 구역엔 감시 카메라가 없어. 시체만 감쪽같이 처리하면 그만이지. 증거가 없는 이상 우릴 의심할 순 있어도 처벌할 순 없을 거야.”
“그 시체 처리가 문제야!”
“쓰레기 소각장에 몰래 버리면 돼. 몇 시간 후면 재가 되어 달에 뿌려지겠지.”
“거기까지 카메라와 경비병들에게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해야지. 여기서 소각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까.”
“그걸 말이라고 해?”
“그만 해, 크릴! 이미 벌어진 일이야. 이제 중요하고 다급한 건 뒤처리야! 이렇게 입씨름할 시간이 없어!”
헬튼의 단호한 대답에 크릴은 입을 다물었다.
이때 두 사람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프롬이 끼여들었다.
“미안해. 헬튼, 크릴. 나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까, 이 시체는 내가 치우겠어. 발자국 소리도 없이 몰래 움직이는 건 내 특기니까 말이야.”
프롬은 뱀처럼 움직였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데 벌써 저 멀리 사라지곤 했다.
크릴은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하자, 헬튼.”
“좋아. 그렇게 하지.”
크릴의 채근에 헬튼은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태연한 척 했지만, 그도 심적으로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은 상태였다.
크릴은 헬튼의 손을 끌면서 프롬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부탁한다, 프롬.”
언제나 프롬을 경멸하던 크릴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프롬이 고맙게 느껴졌다.
프롬은 씨익 웃었다.
“걱정 마. 이건 내 전문이니까.”
언제나처럼 징그러운 웃음이었지만, 이번에는 크릴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러고는 헬튼을 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하면서 자리를 떴다.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서 프롬은 중얼거렸다.
“헬튼... 언제나 날 찍어누르는 듯해서 기분 나빴지만, 그래도 멋진 구석은 있단 말이야.”
프롬은 프리츠를 어깨에 둘러매었다. 강인한 육체를 가진 그가 인간 하나 드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카메라가 설치된 지점을 속으로 짚어가면서 은밀하게 움직였다. 가끔씩 경비병들의 기척이 가까이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프롬은 능숙하게 그들의 이목을 피했다.
프롬이 레저 구역을 거의 벗어날 즈음이다. 갑자기 뒤통수에서 나직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어 무언가 꼼지락거리는 감촉이 등을 통해 느껴졌다.
‘아직 죽지 않았군!’
프롬은 당황했다. 죽지 않으면 곤란하다. 당장 움직이기는 힘들겠지만 소리라도 지르면 큰일이다.
프롬은 프리츠를 내려놓았다. 물먹은 솜 마냥 축 늘어졌던 프리츠의 팔다리가 미미하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죽여야 한다! 들키기 전에 즉시 죽여야 한다!
프롬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그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 입술을 비집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밖으로 밀려나왔다. 독사처럼 독을 품은 이빨은 프롬의 최대 무기였다.
프리츠의 목이 눈에 선연하게 들어온다. 턱밑으로 경동맥이 뛰는 모습이 보인다. 프롬은 고개를 숙여 송곳니를 프리츠의 경동맥에 박았다. 순간적으로 프리츠의 팔다리가 작살 맞은 고기처럼 바르르 떨다가 잠잠해진다.
프롬은 너무나 오래되어서 생경하기까지 한 감촉이 혀를 간질이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갈구하던 그 비릿한 맛이었다.
먹이다! 싱싱한 먹이다! 피 냄새가 물씬한...
프롬의 머릿속에서 야성이 폭죽처럼 피어올랐다. 세로로 찢어진 그의 동공이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그는 이성을 잃었다. 프리츠의 목에 이빨을 박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으르렁거리는 목굴림 소리와 더불어 입주위로 선혈이 튀면서 바닥에 떨어진다.
사막 속의 갈증이 그를 휘어잡고 있었다. 그는 미친 듯이 피를 삼켰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동자가 시체의 전신을 쓱 훑는다. 그는 나직이 웃었다. 만족과 불만족이 교차하는 웃음이다. 그는 두 갈래로 갈라진 혀로 피투성이의 입술을 핥으면서 오른손을 시체의 배에 쑤셔 넣었다. 두부가 으깨어지듯 인간의 살은 너무나 쉽게 찢어졌다. 그는 손을 한 바퀴 비틀어 시체의 배를 휘저은 다음 빼내었다. 큼지막한 살덩이가 그의 손에 잡혀 있었다.
레저 구역과 오물 처리 구역의 경계를 순찰하던 폴은 문득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동료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같이 순찰을 돌던 배리와 아비나쉬도 거의 동시에 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소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렸다.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왠지 소름을 돋게 만드는 소리였다.
세 사람은 즉시 전기봉을 뽑아들고 소리의 진원을 찾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통로의 모퉁이를 한번 꺾어 돌자 소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씹어 삼키는 소리다. 뼈가 갈리는 듯한 소리도 들린다.
세 사람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역겨운 소리는 통로의 앞쪽 모퉁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모퉁이 근처에 이른 세 사람은 턱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폴이었다. 그는 재빨리 모퉁이를 돌면서 우렁차게 고함을 질렀다.
“거기서 무엇...”
그러나 그 당당함은 씻은 듯 사라지고 말았다. 폴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구역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저것 좀 봐!”
폴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아니더라도 배리와 아비나쉬는 이미 퉁방울 만해진 눈으로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세 사람의 눈에 비친 프롬의 모습은 피로 물든 악마였다.
배리와 아비나쉬는 저녁 때 먹은 것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 동시에 부르짖었다.
“살인이다!”
프롬은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야성의 맛에 정신을 빼앗겨 주의를 소홀히 했던 것이다.
‘죽여야 한다!’
살육 본능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는 삼 미터 이상의 거리를 바람처럼 좁혀들면서 한 녀석, 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바람 같은 공격이었다.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와 더불어 폴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프롬은 연이어 왼쪽에서 달려드는 아비나쉬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전기봉 하나가 프롬의 옆구리를 쑤셨다. 배리가 엉겁결에 내지른 전기봉이었다. 강력한 충격이 프롬을 강타했다. 온몸의 피가 타는 듯한, 혹은 개미가 온몸을 갉아먹는 듯한 통증이 프롬의 전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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