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격동하는 지구_2화
페이지 정보

관리자
2000-05-16
-
2,312 회
-
0 건
본문
2.
희끗희끗한 백발에 구레나룻이 무성한 노인, 카나이마 1세는 흡족한 마음으로 비좁은 창문을 통해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미러클 호가 검게 죽은 버뮤다의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었다.
“지구의 녹지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과거 대영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잊혀진 옛 영화를 되살린 주역으로 대영제국의 역사에, 나아가 세계사에 길이 남으리라.
인류에게 구원의 손길을 던질 지구환경연합이라는 범지구적 연구단체가 수립될 수 있었던 건 그의 주도적 역할 덕분이었다.
활성유전자 GW103!
활성유전자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번성할 수 있는 힘을 주도록 설계된 인공 합성유전자였다. 그리고 GW103은 이 활성유전자를 지닌 바이러스의 이름이었다.
GW103은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에 침투하여 활성유전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단 활성유전자를 받아들인 동식물은 극도로 오염된 환경에 강력한 저항력을 지니게 된다. 특히 식물의 경우 그 번식 속도가 수 백 배로 증가되어, 십 년이 지나기도 전에 지구상의 대기와 해양을 오십 년 전의 수준으로 정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이 지구환경연합의 최종 결론이었다.
과거 백 년 동안 영국은 유전공학에 국가의 총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미국과 일본 등 모든 경쟁국을 제치고 유전 공학의 선두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카나이마 1세는 그 우월한 기술력을 가장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결론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오염을 극복하는 것이었고, 비밀리에 노력을 기울여 활성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르자면 활성유전자 GW103은 영국의 유전 공학의 결정체였다. 지구환경연합은 영국이 이미 개발한 GW103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했을 뿐이었다.
GW193은 앞으로 십 년 동안 매년 이 회에 걸쳐 전 지구상에 살포될 계획이었다. 그리고 세계 각 국은 이 활성유전자를 사용하는 대가로 향후 이십 년 동안 매년 십 조 달러에 달하는 로열티를 공동으로 영국에 지불해야 했다. 이는 곧 전 세계의 부의 일 할 이상이 영국에 집중됨을 의미했다. 즉 활성유전자 GW103은 영국에 무한대의 부를 안겨줄 마이다스의 손인 것이었다.
성냥갑 만하게 보이는 미러클호가 항해를 멈추었다. 대망의 순간이 온 것이다.
미러클 호의 선미를 대부분 차지하는 해치가 열리면서 가로 세로의 길이 각각 육 미터, 길이 십 오 미터에 달하는 대형 컨테이너가 천천히 올라왔다. 이어 선미 끝 부분에 설치된, 길이 백 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로봇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 팔은 끝에 달린 갈고리 손으로 컨테이너를 움켜쥐면서 왼쪽으로 움직였다. 컨테이너가 수면에 닿는가 싶더니 손이 팔에서 분리되었다. 로봇의 손은 팔과 굵은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었다.
로봇의 손과 컨테이너가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추었다. 손은 수심 이 백 피트에 이르러 컨테이너를 놓을 것이다. 컨테이너는 균형을 잡으면서 서서히 가라앉아 수심 천 피트의 해저에 도착하는 순간 해체될 것이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백 이십 개의 캡슐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발사될 것이다. 그 캡슐들이 컴퓨터로 계산된 지점에 이르러 폭발하면서, 활성유전자 GW103은 세상에 첫선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감동과 격정으로 인해 카나이마 1세의 주름 진 얼굴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안색을 살피던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벅찬 음성으로 말했다.
“조용하지만 역사적인 순간이 방금 지났습니다, 폐하! 이제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폐하의 이름이 깊이 각인 될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인류의 구원자인 것이다. 그 대가로 모든 국가는 영국에 막대한 부를 바쳐야 하겠지만.
자신의 영광스런 미래를 상상하면서 카나이마 1세는 본래의 위엄스런 표정을 회복했다.
“워싱턴으로 돌아가세.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야겠어. 그가 내게 어떤 말을 할 지 무척 궁금하군.”
비행기가 크게 선회하면서 고도를 높였다. 창문 밖으로 미러클호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엷은 구름이 날개를 스치고 지나치는 모습이 보였다.
카나이마 1세는 갑자기 팔다리와 어깨가 노곤해짐을 느꼈다. 그의 나이 칠십. 아무래도 지구를 반 바퀴나 도는 여행은 무리한 일이었다.
‘눈을 좀 붙여야겠어...’
그는 천근 만근 무거워 오는 눈까풀을 스르르 내리 감았다. 의식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도를 비행하는 소음이 아련한 자장가처럼 들릴 무렵.
쿵...!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듯한 충격이 일시에 비행기 전체를 휘감았다.
기체가 크게 흔들리는 바람에 카나이마 1세는 앞좌석에 머리를 세차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는 몽롱한 의식을 가다듬으며 보좌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 수행원들과 비행기 안의 사물들이 기묘하게 만곡을 이루며 한 점으로 쪼그라들고 있었던 것이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의 파동 또한 그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팔까지 길게 늘어나며 그 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희끗희끗한 백발에 구레나룻이 무성한 노인, 카나이마 1세는 흡족한 마음으로 비좁은 창문을 통해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미러클 호가 검게 죽은 버뮤다의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었다.
“지구의 녹지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과거 대영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잊혀진 옛 영화를 되살린 주역으로 대영제국의 역사에, 나아가 세계사에 길이 남으리라.
인류에게 구원의 손길을 던질 지구환경연합이라는 범지구적 연구단체가 수립될 수 있었던 건 그의 주도적 역할 덕분이었다.
활성유전자 GW103!
활성유전자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번성할 수 있는 힘을 주도록 설계된 인공 합성유전자였다. 그리고 GW103은 이 활성유전자를 지닌 바이러스의 이름이었다.
GW103은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에 침투하여 활성유전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단 활성유전자를 받아들인 동식물은 극도로 오염된 환경에 강력한 저항력을 지니게 된다. 특히 식물의 경우 그 번식 속도가 수 백 배로 증가되어, 십 년이 지나기도 전에 지구상의 대기와 해양을 오십 년 전의 수준으로 정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이 지구환경연합의 최종 결론이었다.
과거 백 년 동안 영국은 유전공학에 국가의 총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미국과 일본 등 모든 경쟁국을 제치고 유전 공학의 선두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카나이마 1세는 그 우월한 기술력을 가장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결론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오염을 극복하는 것이었고, 비밀리에 노력을 기울여 활성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르자면 활성유전자 GW103은 영국의 유전 공학의 결정체였다. 지구환경연합은 영국이 이미 개발한 GW103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했을 뿐이었다.
GW193은 앞으로 십 년 동안 매년 이 회에 걸쳐 전 지구상에 살포될 계획이었다. 그리고 세계 각 국은 이 활성유전자를 사용하는 대가로 향후 이십 년 동안 매년 십 조 달러에 달하는 로열티를 공동으로 영국에 지불해야 했다. 이는 곧 전 세계의 부의 일 할 이상이 영국에 집중됨을 의미했다. 즉 활성유전자 GW103은 영국에 무한대의 부를 안겨줄 마이다스의 손인 것이었다.
성냥갑 만하게 보이는 미러클호가 항해를 멈추었다. 대망의 순간이 온 것이다.
미러클 호의 선미를 대부분 차지하는 해치가 열리면서 가로 세로의 길이 각각 육 미터, 길이 십 오 미터에 달하는 대형 컨테이너가 천천히 올라왔다. 이어 선미 끝 부분에 설치된, 길이 백 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로봇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 팔은 끝에 달린 갈고리 손으로 컨테이너를 움켜쥐면서 왼쪽으로 움직였다. 컨테이너가 수면에 닿는가 싶더니 손이 팔에서 분리되었다. 로봇의 손은 팔과 굵은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었다.
로봇의 손과 컨테이너가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추었다. 손은 수심 이 백 피트에 이르러 컨테이너를 놓을 것이다. 컨테이너는 균형을 잡으면서 서서히 가라앉아 수심 천 피트의 해저에 도착하는 순간 해체될 것이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백 이십 개의 캡슐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발사될 것이다. 그 캡슐들이 컴퓨터로 계산된 지점에 이르러 폭발하면서, 활성유전자 GW103은 세상에 첫선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감동과 격정으로 인해 카나이마 1세의 주름 진 얼굴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안색을 살피던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벅찬 음성으로 말했다.
“조용하지만 역사적인 순간이 방금 지났습니다, 폐하! 이제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폐하의 이름이 깊이 각인 될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인류의 구원자인 것이다. 그 대가로 모든 국가는 영국에 막대한 부를 바쳐야 하겠지만.
자신의 영광스런 미래를 상상하면서 카나이마 1세는 본래의 위엄스런 표정을 회복했다.
“워싱턴으로 돌아가세.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야겠어. 그가 내게 어떤 말을 할 지 무척 궁금하군.”
비행기가 크게 선회하면서 고도를 높였다. 창문 밖으로 미러클호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엷은 구름이 날개를 스치고 지나치는 모습이 보였다.
카나이마 1세는 갑자기 팔다리와 어깨가 노곤해짐을 느꼈다. 그의 나이 칠십. 아무래도 지구를 반 바퀴나 도는 여행은 무리한 일이었다.
‘눈을 좀 붙여야겠어...’
그는 천근 만근 무거워 오는 눈까풀을 스르르 내리 감았다. 의식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도를 비행하는 소음이 아련한 자장가처럼 들릴 무렵.
쿵...!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듯한 충격이 일시에 비행기 전체를 휘감았다.
기체가 크게 흔들리는 바람에 카나이마 1세는 앞좌석에 머리를 세차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는 몽롱한 의식을 가다듬으며 보좌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 수행원들과 비행기 안의 사물들이 기묘하게 만곡을 이루며 한 점으로 쪼그라들고 있었던 것이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의 파동 또한 그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팔까지 길게 늘어나며 그 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 이전글제1장 격동하는 지구_3화
- 다음글제1장 격동하는 지구_1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