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반란_15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 관리자

  • 2001-01-05

  • 2,665 회

  • 0 건

본문

15.

표준시간 하오 23시. 엘리시온 전용 영화관.

모든 엘리시온들은 각자에게 배당된 의자에 앉아 상부의 지시를 기다려야 했다. 취침시간은 무기한 연장되었다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상부에선 이 갑작스런 조치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헬튼과 크릴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관의 좌석의 등받이엔 번호가 매겨져 있다. 엘리시온들의 ID다. 원래는 가득 차야 할 좌석이지만, 지난 이 년 동안 죽어간 동료들의 좌석이 듬성듬성하게 비어 있어 어딘지 모르게 한산한 느낌이 든다. 그 중 있어야 할 동료 한 사람이 없다. 좌석 번호 B241. 프롬이다.
“발각된 거야. 프롬, 이 멍청한 녀석!”
좌석 번호 A138에 앉은 크릴이 낭패감을 누르지 못하고 쓰디쓰게 부르짖었다. 아주 낮은 음성이었지만, 바로 곁 A137 좌석에 앉은 헬튼의 귀엔 또렷하게 들렸다.
프리츠 중사가 살해된 건 크릴과 헬튼 외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얼마 후면 동료들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헬튼은 음산한 손길이 목을 죄는 걸 느꼈다.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운명이다.
“내 실수다. 프롬에게 의지한 게 잘못이었어.”
이미 각오를 단단히 한 투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자포자기의 심정이 배어 있음을 크릴은 눈치 챌 수 있었다.
“포기하지마, 헬튼. 이 일을 아는 사람은 너와 나 뿐이야. 너와 나의 모습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을 거야. 잡아떼는 거야.”
“모든 카메라를 완전히 피했다고는 확신할 수 없어.”
“어차피 벌어진 일이야. 그냥 순순히 자백할 수는 없다구.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부인하는 거야.”
이때, 스크린 옆의 작은 문이 열리면서 군인 세 명이 들어왔다. 중위 계급 한 명과 하사관 두 명이었다. 그들은 스크린 앞 중앙에 이르러 부릅뜬 눈으로 엘리시온들을 휘둘러보았다.
잔뜩 긴장한 중위의 목소리가 영화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지금부터 인원점검을 시작하겠다.”
좌중이 술렁거렸다.
“완전 무장을 했잖아?”
“무슨 일이지?”
중위와 하사관들은 함 내에서는 소지가 금지된 레이저 건을 들고 있었다.
헬튼은 군인들을 뚫어지게 노려보면서, 자신을 채찍질하듯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