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반란_18화
페이지 정보

관리자
2001-01-24
-
2,798 회
-
0 건
본문
18.
“넌 헬튼과 같이 있을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다. 수면캡슐도 헬튼과 바로 곁이고, 영화관과 식당, 그리고 여러 곳에 배정된 자리 또한 그렇지.”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일렁거리는 듯하기도 하고 가슴을 서늘하게 꿰뚫는 것 같기도 했다.
어두운 방이라고 하지만 한 줄기 적외선 등의 강렬한 광선이 크릴의 얼굴을 뜨겁게 조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불쏘시개로 눈을 지지는 듯한 통증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나쁜 놈들! 말로는 우릴 시민이라고 하면서, 대우는 항상 가축보다 못한 취급이지. 이건 고문이야. 황제폐하께서 법으로 금지한...’
크릴은 적외선 등 너머의 어둠 속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물론 마음 속이지만.
고통을 참느라 배와 가슴에 너무 힘을 준 탓인지 기침이 나왔다. 크릴은 기침소리를 죽이는 한편, 눈부심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대답이 시원스럽군. 마음에 들어, 크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헬튼이 프리츠 중사를 죽였지?”
크릴은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헬튼은 그 누구보다도 이성적입니다. 그는 무모한 짓을 절대 하지 않죠.”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어둠 너머에서 예의 그 음성이 짤막하게 들렸다.
“눈가리개를 쓰도록.”
크릴은 탁자에 올려놓은 눈가리개를 썼다. 누군가가 그를 부축하고 암실 밖으로 끌어냈다.
적외선 등이 꺼지자 암실의 천장에서 희미한 불빛이 내려왔다. 크릴이 앉았던 탁자 너머로 두 개의 의자가 있다. 의자엔 두 사람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블론 대위와 볼 함장이었다.
“왜 그냥 보내십니까? 좀 더 추궁을 한 후에...”
볼론 대위의 물음에 볼은 팔짱을 끼고서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준비된 대답이었네. 그 다음에 나올 말은 뻔하지. 그때 헬튼은 엘리시온 전용 바에 있었다...”
볼은 말을 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리모트 컨트롤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거무스름한 취조실의 벽 한쪽이 점차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한순간 천장 한 구석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잔뜩 흥분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거짓말쟁이 사기꾼 같은 녀석아! 그 뻔뻔스런 낯짝으로 잘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프롬의 악에 바친 목소리였다.
벽이 점점 더 투명해지면서 헬튼과 프롬의 마주앉은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두 사람이 갇힌 방은 취조실의 바로 옆방이었던 것이다. 프롬이 의자까지 들썩이면서 길길이 날뛰는 반면, 헬튼은 대꾸를 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아예 눈을 감고 묵묵부답이었다.
볼은 나직이 혀를 찼다.
“여전하군.”
투명한 벽면을 응시하면서 블론 대위가 물었다.
“정말로 헬튼에겐 죄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나?”
“이제까지 스무 명을 불러 취조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헬튼의 알리바이를 증언했고, 일부는 헬튼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군의관의 검시 결과나 P 통로의 카메라 기록, 그리고 프롬의 정신 상태로 보아...”
볼은 블론 대위의 말을 잘랐다.
“엘리시온 정용 바에 설치된 카메라의 기록을 살펴보았네. 프리츠가 살해된 시간대에 헬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 정확히 십 삼분 동안... 그러고는 갑자기 화면에 잡혔지.”
“바에 설치된 카메라가 잡을 수 있는 화면은 제한적입니다. 사각이 많이 있어요. 수 백 명의 엘리시온들이 바에 있었고 보면... 십여 분 정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볼은 벽면에 비친 헬튼을 가리켰다.
“저놈의 표정을 보게. 지나치게 태연하고 냉정해. 내 직감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어. 헬튼은 분명 프리츠 중사의 살인에 가담했어.”
물론 헬튼이 살인을 하지 않았어도 상관없었다. 놈은 이미 본보기의 표적이 되어 있는 것이다.
볼은 무서우리 만치 침착한 헬튼을 노려보면서 스스로의 의지를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한 녀석은 걸리게 되어 있어. 무리 중엔 으레 이단자가 있기 마련. 헬튼 녀석이 아무리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해도, 불만이나 시기심을 가진 녀석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이지.”
볼의 확신은 금방 현실로 드러났다. 크릴에 이어 취조실로 끌려온 녀석은 이제까지 들어온 녀석들과는 달리 겁에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이제야 적당한 놈이 나타났군.’
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까지 엘리시온들을 불러다 취조한 건 형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런 놈을 추려내기 위한...
“이름이... 츠루로군. 가족으로는 부모가 모두 생존하고 있고, 형제 두 명에 처와 세 명의 아들이 있고...”
볼이 신상명세서를 보면서 읊조리는 동안 블론 대위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츠루를 의자에 앉히고 취조실의 등을 끈 다음 적외선 등을 츠루의 얼굴에 비추었다.
붉은 광선 아래 드러난 츠루의 얼굴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렸다.
“고개를 들어라, 츠루.”
볼은 눈부심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츠루에게 말했다. 츠루는 바늘에 찔린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제부터 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해주기 바란다. 헬튼의 죄를 은닉하면, 너 또한 공범으로 처벌을 받게 되니까. 그리되면 물론... 네 가족들에게도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가겠지.”
붉은 불빛 아래에서도 츠루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는 것을 볼은 놓치지 않았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군.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볼은 으름장 섞인 질문을 던졌다.
“난 헬튼이 프리츠 중사를 죽인 증거를 갖고 있다. 프롬도 자백을 했지. 난 지금,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너희들에게 진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묻겠다. 프리츠 중사가 호른을 살해하고 바를 나간 후, 헬튼이 어떻게 행동했지?”
이 순간 츠루는 동료들과 나눈 맹세를 상기했다.
‘모두 헬튼을 돕기로 약속했어. 배신하면 모두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갈등하는 츠루를 보면서 볼은 매섭게 쏘아붙였다.
“거짓말을 할 생각은 말아라! 그건 너와 네 가족에게 화를 부를 뿐이야.”
적시에 던져진 볼의 협박이 츠루의 간담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그는 망설이다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은 모르지만... 바에서 소동이 일어난 후 헬튼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츠루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정말 아는 것이 더 없었다. 프리츠 중사의 살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두가 헬튼의 무죄를 주장하기로 했고, 츠루는 엉겁결에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을 뿐이었다.
“그 나머지는 모릅니다. 그저 전 잠시 동안 헬튼을 보지 못한 것뿐이에요.”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좀 더 결정적인 진술이 필요했다.
“당시 헬튼은 몹시 격앙되어 있었다. 그는 이성을 잃어서 분명 프리츠 중사를 살해할 뜻을 내비쳤을 거야. 넌 그것만 기억하면 돼. 이 한 마디 대답에 너와 네 가족의 앞날이 달렸다. 지금 바로 감옥으로 들어가 벌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볼은 츠루의 귓전에 입을 바짝 들이밀고서 속삭였다.
“며칠 후 달을 떠나서 지구의 가족들과 만날 것인가...”
참으로 매혹적인 유혹이다. 그 누구든 이 지옥 같은 달에서 머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츠루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은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헬튼은 말했습니다. 프리츠 중사를 죽여 호른의 원한을 풀어줄 거라고...”
볼은 틈을 주지 않고 물었다.
“놈은 입밖에 꺼낸 말은 반드시 실행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그렇지 않나?”
“그, 그렇습니다.”
“좋아!”
볼은 츠루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일단은 따로 며칠 동안 편히 지낼 방을 내줄 테니까 안심하고 지내거라.”
‘미안해, 헬튼.’
츠루는 헬튼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마저 두려웠다. 어쩌면 이 일로 인해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들만 만날 수만 있다면...
츠루를 내보낸 후 볼은 홀가분하게 웃었다.
“블론 대위. 츠루와 프롬의 진술, 그리고 카메라의 기록을 바탕으로 신류원에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신류원의 재가가 떨어지는 대로 헬튼을 사형에 처하겠다.”
“군의관의 검시 결과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볼은 블론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위압적으로 말했다.
“블론 대위. 보고는 단순할수록 좋은 것이네. 필요한 내용만 기재하면 돼.”
“넌 헬튼과 같이 있을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다. 수면캡슐도 헬튼과 바로 곁이고, 영화관과 식당, 그리고 여러 곳에 배정된 자리 또한 그렇지.”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일렁거리는 듯하기도 하고 가슴을 서늘하게 꿰뚫는 것 같기도 했다.
어두운 방이라고 하지만 한 줄기 적외선 등의 강렬한 광선이 크릴의 얼굴을 뜨겁게 조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불쏘시개로 눈을 지지는 듯한 통증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나쁜 놈들! 말로는 우릴 시민이라고 하면서, 대우는 항상 가축보다 못한 취급이지. 이건 고문이야. 황제폐하께서 법으로 금지한...’
크릴은 적외선 등 너머의 어둠 속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물론 마음 속이지만.
고통을 참느라 배와 가슴에 너무 힘을 준 탓인지 기침이 나왔다. 크릴은 기침소리를 죽이는 한편, 눈부심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대답이 시원스럽군. 마음에 들어, 크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헬튼이 프리츠 중사를 죽였지?”
크릴은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헬튼은 그 누구보다도 이성적입니다. 그는 무모한 짓을 절대 하지 않죠.”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어둠 너머에서 예의 그 음성이 짤막하게 들렸다.
“눈가리개를 쓰도록.”
크릴은 탁자에 올려놓은 눈가리개를 썼다. 누군가가 그를 부축하고 암실 밖으로 끌어냈다.
적외선 등이 꺼지자 암실의 천장에서 희미한 불빛이 내려왔다. 크릴이 앉았던 탁자 너머로 두 개의 의자가 있다. 의자엔 두 사람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블론 대위와 볼 함장이었다.
“왜 그냥 보내십니까? 좀 더 추궁을 한 후에...”
볼론 대위의 물음에 볼은 팔짱을 끼고서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준비된 대답이었네. 그 다음에 나올 말은 뻔하지. 그때 헬튼은 엘리시온 전용 바에 있었다...”
볼은 말을 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리모트 컨트롤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거무스름한 취조실의 벽 한쪽이 점차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한순간 천장 한 구석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잔뜩 흥분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거짓말쟁이 사기꾼 같은 녀석아! 그 뻔뻔스런 낯짝으로 잘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프롬의 악에 바친 목소리였다.
벽이 점점 더 투명해지면서 헬튼과 프롬의 마주앉은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두 사람이 갇힌 방은 취조실의 바로 옆방이었던 것이다. 프롬이 의자까지 들썩이면서 길길이 날뛰는 반면, 헬튼은 대꾸를 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아예 눈을 감고 묵묵부답이었다.
볼은 나직이 혀를 찼다.
“여전하군.”
투명한 벽면을 응시하면서 블론 대위가 물었다.
“정말로 헬튼에겐 죄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나?”
“이제까지 스무 명을 불러 취조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헬튼의 알리바이를 증언했고, 일부는 헬튼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군의관의 검시 결과나 P 통로의 카메라 기록, 그리고 프롬의 정신 상태로 보아...”
볼은 블론 대위의 말을 잘랐다.
“엘리시온 정용 바에 설치된 카메라의 기록을 살펴보았네. 프리츠가 살해된 시간대에 헬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 정확히 십 삼분 동안... 그러고는 갑자기 화면에 잡혔지.”
“바에 설치된 카메라가 잡을 수 있는 화면은 제한적입니다. 사각이 많이 있어요. 수 백 명의 엘리시온들이 바에 있었고 보면... 십여 분 정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볼은 벽면에 비친 헬튼을 가리켰다.
“저놈의 표정을 보게. 지나치게 태연하고 냉정해. 내 직감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어. 헬튼은 분명 프리츠 중사의 살인에 가담했어.”
물론 헬튼이 살인을 하지 않았어도 상관없었다. 놈은 이미 본보기의 표적이 되어 있는 것이다.
볼은 무서우리 만치 침착한 헬튼을 노려보면서 스스로의 의지를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한 녀석은 걸리게 되어 있어. 무리 중엔 으레 이단자가 있기 마련. 헬튼 녀석이 아무리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해도, 불만이나 시기심을 가진 녀석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이지.”
볼의 확신은 금방 현실로 드러났다. 크릴에 이어 취조실로 끌려온 녀석은 이제까지 들어온 녀석들과는 달리 겁에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이제야 적당한 놈이 나타났군.’
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까지 엘리시온들을 불러다 취조한 건 형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런 놈을 추려내기 위한...
“이름이... 츠루로군. 가족으로는 부모가 모두 생존하고 있고, 형제 두 명에 처와 세 명의 아들이 있고...”
볼이 신상명세서를 보면서 읊조리는 동안 블론 대위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츠루를 의자에 앉히고 취조실의 등을 끈 다음 적외선 등을 츠루의 얼굴에 비추었다.
붉은 광선 아래 드러난 츠루의 얼굴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렸다.
“고개를 들어라, 츠루.”
볼은 눈부심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츠루에게 말했다. 츠루는 바늘에 찔린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제부터 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해주기 바란다. 헬튼의 죄를 은닉하면, 너 또한 공범으로 처벌을 받게 되니까. 그리되면 물론... 네 가족들에게도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가겠지.”
붉은 불빛 아래에서도 츠루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는 것을 볼은 놓치지 않았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군.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볼은 으름장 섞인 질문을 던졌다.
“난 헬튼이 프리츠 중사를 죽인 증거를 갖고 있다. 프롬도 자백을 했지. 난 지금,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너희들에게 진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묻겠다. 프리츠 중사가 호른을 살해하고 바를 나간 후, 헬튼이 어떻게 행동했지?”
이 순간 츠루는 동료들과 나눈 맹세를 상기했다.
‘모두 헬튼을 돕기로 약속했어. 배신하면 모두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갈등하는 츠루를 보면서 볼은 매섭게 쏘아붙였다.
“거짓말을 할 생각은 말아라! 그건 너와 네 가족에게 화를 부를 뿐이야.”
적시에 던져진 볼의 협박이 츠루의 간담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그는 망설이다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은 모르지만... 바에서 소동이 일어난 후 헬튼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츠루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정말 아는 것이 더 없었다. 프리츠 중사의 살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두가 헬튼의 무죄를 주장하기로 했고, 츠루는 엉겁결에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을 뿐이었다.
“그 나머지는 모릅니다. 그저 전 잠시 동안 헬튼을 보지 못한 것뿐이에요.”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좀 더 결정적인 진술이 필요했다.
“당시 헬튼은 몹시 격앙되어 있었다. 그는 이성을 잃어서 분명 프리츠 중사를 살해할 뜻을 내비쳤을 거야. 넌 그것만 기억하면 돼. 이 한 마디 대답에 너와 네 가족의 앞날이 달렸다. 지금 바로 감옥으로 들어가 벌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볼은 츠루의 귓전에 입을 바짝 들이밀고서 속삭였다.
“며칠 후 달을 떠나서 지구의 가족들과 만날 것인가...”
참으로 매혹적인 유혹이다. 그 누구든 이 지옥 같은 달에서 머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츠루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은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헬튼은 말했습니다. 프리츠 중사를 죽여 호른의 원한을 풀어줄 거라고...”
볼은 틈을 주지 않고 물었다.
“놈은 입밖에 꺼낸 말은 반드시 실행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그렇지 않나?”
“그, 그렇습니다.”
“좋아!”
볼은 츠루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일단은 따로 며칠 동안 편히 지낼 방을 내줄 테니까 안심하고 지내거라.”
‘미안해, 헬튼.’
츠루는 헬튼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마저 두려웠다. 어쩌면 이 일로 인해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들만 만날 수만 있다면...
츠루를 내보낸 후 볼은 홀가분하게 웃었다.
“블론 대위. 츠루와 프롬의 진술, 그리고 카메라의 기록을 바탕으로 신류원에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신류원의 재가가 떨어지는 대로 헬튼을 사형에 처하겠다.”
“군의관의 검시 결과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볼은 블론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위압적으로 말했다.
“블론 대위. 보고는 단순할수록 좋은 것이네. 필요한 내용만 기재하면 돼.”
- 이전글제3장 반란_19화
- 다음글제3장 반란_17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