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흔들리는 지구_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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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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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 날 밤. 희망의 땅 전진기지 부총독실.
“역시 원장님의 예상 대로였어.”
캐틀러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아름답게 빛나는 지구를 바라보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것은 사실 과히 유쾌한 일은 못되었다.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약간의 망신을 당한 셈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 일각에선 흐뭇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기대감은 노아의 방주호가 지구를 출발하기 전 신류원의 원장 아이헨도르프가 그를 은밀히 불러 신신당부한 말 때문이었다.
- 황제께선 프리밍거를 달의 총독으로 임명하셨네. 그러나 난 자넬 실질적인 총독으로 생각하네. 프리밍거는 능력이 뛰어난 군인이지만 마음이 유약해. 거친 엘리시온들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힘들 것이야. 자네가 노력해 주어야겠어.
캐틀러는 그때 아이헨도르프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철저한 신뢰의 눈빛이었다.
‘원장께선 날 믿고 이 일을 맡기신 거다.’
아이헨도르프는 캐틀러의 삼촌뻘이었다. 프리밍거도 아이헨도르프와 마찬가지로 독일 지구 출신이었지만, 피는 역시 물보다 진한 것이다.
‘이 일의 성공은 곧 내 미래의 보장이다. 난 정치의 중심에 설 것이다.’
이 일이란 극소수의 인물 외에는 알아선 안 될 비밀이었다. 프리밍거 총독은 물론, 황제 폐하도 알지 못하는 비밀 프로젝트였다.
캐틀러는 지구를 향해 술잔을 치켜들면서 건배를 했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이 밤. 지구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마시는 술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인 것이다.
그가 막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의 차임벨 소리와 함께 부총독실 한쪽 벽에 걸린 스크린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네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두 젊고 패기 만만하며 눈빛이 냉정하게 빛나는 학자들이었다. 캐틀러와 아이헨도르프 사이의 비밀을 아는 나머지 인물들이 지금 부총독실 밖에 도착한 것이다.
캐틀러는 그들 네 사람을 웃으면서 맞았다.
“이 땅에 생물들이 번성하게 되면 당신들은 실험용 동물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박사들 중 한 명이 퉁명스럽게 응수했다. 그의 이름은 미하일 로베드토.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헨도르프의 신임을 받아 비밀 연구단의 단장이 된 자였다.
“부총독께선 아직 이 프로젝트의 개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계시는구려. 원장께서 원하시는 성과는 영생의 비밀이오. 그러고 유전적으로 보다 진보된 이 세대 엘리시온이오. 동물들은 필요 없소. 오직 신체 건강한 엘리시온들만이 필요하오.”
‘유식한 체 하기는!’
캐틀러는 불쾌했다. 술기운을 타고 들뜨던 기분이 삽시간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학자 나부랭이들이란 참으로 오만한 작자들이다. 이처럼 서슴없이 부총독에게 무안을 주다니. 학자들이란 또한 남을 배려하는 눈치가 없는 작자들이기도 했다. 미하일은 캐틀러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본 척도 않고 채근했다.
“벌써 하루를 허비했소. 지금도 아까운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단 말이오. 하루라도 빨리... 남의 눈에 띠지 않는 연구소가 필요하오.”
‘연구에 안달이 난 작자들이로군. 밥맛 떨어지는 작자들 같으니.’
캐틀러는 마음 같아선 한바탕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라는 아이헨도르프의 지시를 상기하여 억지 웃음을 지었다.
“내일부터 연구소와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들을 갖추도록 지시하겠소.”
미하일은 여전히 못미더운 듯 두꺼운 안경 너머로 신경질적인 눈길을 던지면서 말했다.
“많은 실험재료가 필요하오. 지속적으로 말이오. 부총독을 믿겠소. 실험재료가 부족하여 연구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으리라고...”
“걱정 마시오. 역사적인 과업엔 반드시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절대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캐틀러는 생각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사고 따위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날 밤. 희망의 땅 전진기지 부총독실.
“역시 원장님의 예상 대로였어.”
캐틀러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아름답게 빛나는 지구를 바라보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것은 사실 과히 유쾌한 일은 못되었다.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약간의 망신을 당한 셈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 일각에선 흐뭇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기대감은 노아의 방주호가 지구를 출발하기 전 신류원의 원장 아이헨도르프가 그를 은밀히 불러 신신당부한 말 때문이었다.
- 황제께선 프리밍거를 달의 총독으로 임명하셨네. 그러나 난 자넬 실질적인 총독으로 생각하네. 프리밍거는 능력이 뛰어난 군인이지만 마음이 유약해. 거친 엘리시온들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힘들 것이야. 자네가 노력해 주어야겠어.
캐틀러는 그때 아이헨도르프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철저한 신뢰의 눈빛이었다.
‘원장께선 날 믿고 이 일을 맡기신 거다.’
아이헨도르프는 캐틀러의 삼촌뻘이었다. 프리밍거도 아이헨도르프와 마찬가지로 독일 지구 출신이었지만, 피는 역시 물보다 진한 것이다.
‘이 일의 성공은 곧 내 미래의 보장이다. 난 정치의 중심에 설 것이다.’
이 일이란 극소수의 인물 외에는 알아선 안 될 비밀이었다. 프리밍거 총독은 물론, 황제 폐하도 알지 못하는 비밀 프로젝트였다.
캐틀러는 지구를 향해 술잔을 치켜들면서 건배를 했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이 밤. 지구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마시는 술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인 것이다.
그가 막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의 차임벨 소리와 함께 부총독실 한쪽 벽에 걸린 스크린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네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두 젊고 패기 만만하며 눈빛이 냉정하게 빛나는 학자들이었다. 캐틀러와 아이헨도르프 사이의 비밀을 아는 나머지 인물들이 지금 부총독실 밖에 도착한 것이다.
캐틀러는 그들 네 사람을 웃으면서 맞았다.
“이 땅에 생물들이 번성하게 되면 당신들은 실험용 동물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박사들 중 한 명이 퉁명스럽게 응수했다. 그의 이름은 미하일 로베드토.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헨도르프의 신임을 받아 비밀 연구단의 단장이 된 자였다.
“부총독께선 아직 이 프로젝트의 개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계시는구려. 원장께서 원하시는 성과는 영생의 비밀이오. 그러고 유전적으로 보다 진보된 이 세대 엘리시온이오. 동물들은 필요 없소. 오직 신체 건강한 엘리시온들만이 필요하오.”
‘유식한 체 하기는!’
캐틀러는 불쾌했다. 술기운을 타고 들뜨던 기분이 삽시간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학자 나부랭이들이란 참으로 오만한 작자들이다. 이처럼 서슴없이 부총독에게 무안을 주다니. 학자들이란 또한 남을 배려하는 눈치가 없는 작자들이기도 했다. 미하일은 캐틀러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본 척도 않고 채근했다.
“벌써 하루를 허비했소. 지금도 아까운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단 말이오. 하루라도 빨리... 남의 눈에 띠지 않는 연구소가 필요하오.”
‘연구에 안달이 난 작자들이로군. 밥맛 떨어지는 작자들 같으니.’
캐틀러는 마음 같아선 한바탕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라는 아이헨도르프의 지시를 상기하여 억지 웃음을 지었다.
“내일부터 연구소와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들을 갖추도록 지시하겠소.”
미하일은 여전히 못미더운 듯 두꺼운 안경 너머로 신경질적인 눈길을 던지면서 말했다.
“많은 실험재료가 필요하오. 지속적으로 말이오. 부총독을 믿겠소. 실험재료가 부족하여 연구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으리라고...”
“걱정 마시오. 역사적인 과업엔 반드시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절대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캐틀러는 생각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사고 따위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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