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흔들리는 지구_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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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0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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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같은 날 밤. 중국 지구 북경.

“지구 각 지에 기갑부대가 투입된 지 겨우 사일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삼 천 명이 넘는 엘리시온들이 죽었소.”
“그건 군부대의 놈들이 제멋대로 집계한 수치일 뿐이오. 얼마가 죽었는지 알 수가 없소. 삼 천 명이란 숫자의 다섯 배가 될 지, 열 배가 될 지...”
“그것만이 아니오. 기갑부대의 진압 과정에서 죽은 인간들도 상당수라고 하오. 군에선 이 일을 불문에 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건... 전쟁이오! 총독은 미쳤소! 그는 미쳤어!”
“굳이 이럴 필요까진... 황제께 적당히 양보하면 어떻게든 살길을 찾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이 사실은 곧 황제에게 알려질 것이오.”
“황제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반란군 진압의 명목으로 황제의 군대가 이곳으로 출동할 지도 모르오.”
“황제의 군대는 온갖 최신 병기로 중무장한 정예군이오. 십여 년 동안 급조한 군대 따위로 상대될 리가 없어.”
“우린 모두 죽을 것이야! 모든 걸 잃게 될 것이야!”
“오오... 맙소사! 이런 변란이 일어나다니!”
모두가 겁에 질려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통에 밀실은 귀가 멍멍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여기는 편위의 사옥. 왕푸친의 폭도 강경 진압을 우려한 관료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가올 사태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만 표출하고 있을 뿐, 누구하나 귀가 트일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왕푸친의 서슬 퍼런 질타가 더욱 두렵기 때문이었다.
편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왕푸친에게 작금의 조치가 그릇된 것임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앉아서 뻔히 보이는 파탄을 맞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용단을 내려야 할 시기였다. 물론 그 용단이란 살아남기 위한 조치를 의미했다.
편위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모두에게 들리도록 소리쳤다.
“한 가지 살 길이 있소.”
좌중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그들은 긴장과 일말의 희망에 침을 삼키면서 편위를 주시했다.
한 사람이 물었다.
“무엇이오?”
“이제껏 스무 세 지구의 총독들이 해임되고 런던 인근의 감옥에 투옥되었소. 그러나 그 아래의 관료들은 심하면 명예를 잃었을 뿐이오. 최소한 죽거나 부를 박탈당하지는 않았단 말이오.”
편위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들은 알 수 있었다. 또한 황제의 이러한 처분 방식이야말로 키튼 경의 교묘한 안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키튼 경은 각 지구의 총독만 처벌할 뿐 그 아랫것들에게 숨통을 터 줌으로써 상하간의 결속을 미연에 방지했던 것이다.
더는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편위도 좌중의 모든 이들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서로의 눈치만을 살필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 간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배반!
이 순간 그들은 왕푸친의 무모한 도발에 등을 돌림으로써 황제로부터 보장받을 이익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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