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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 > > 카나이마 1세가 운명하던 바로 그 시각. 런던 인근 원시림의 UFO. > > 아이헨도르프는 지난 팔십 년 동안 그에게 달이주계획에 필요한 과학 지식을 전수해주었던 아르고스와 마주하고 있었다. > “아르고스... 너와 내가 처음 만나던 날이 떠오르는구나. 그때 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경이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넌 나의 스승이자 평생을 같이한 인생의 동반자였어...” > “그런 감상적인 말씀은 처음이시군요.” > 아이헨도르프는 황금빛에 둘러싸인 아르고스를 바라보았다. 찰랑거리는 금발에 금빛이 아른거리는 얼굴, 파란 눈동자, 등뒤로 오로라처럼 일렁거리는 황금빛 날개... 처음 보았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아르고스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 “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아름답구나. 하지만 난 이렇게 거동조차 힘든 늙은이가 되어버렸다.” > 아르고스는 살풋 미소를 머금었다. > “박사님은 열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팔십 년 전처럼 여전히...” > 아이헨도르프는 씁쓸히 웃었다. > “열정이라... 허허허! 나의 열정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겠느냐? 사람의 생명은 영원하지 못하다. 이것이 날 슬프게 하는구나.” > “생명체는 죽기 마련이에요.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우주의 법칙이죠.” > “영생은 정녕 불가능한 것이냐?” > “그래요.” > “네가 아는 과학 지식으로도 영생의 해답을 찾을 수가 없느냐?” > “...” > 아르고스는 대답 대신 눈을 깜빡거렸다. 그녀의 신비한 눈빛이 아이헨도르프의 눈을 뚫고 들어와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듯했다. > 아이헨도르프는 내심을 들킨 것 같아 찔끔했다. > ‘나의 속마음을 읽은 걸까?’ > 그의 나이 백 한 살. 죽음이 가까운 나이였다. 이를 극복하고자 신임할 수 있는 과학자들을 달로 보낸 그였다. 이제 그 연구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었다. 수년 내에 영생의 비밀이 풀릴 듯도 했다. 죽기 전에 영생을 얻을 수 있을 듯도 했다. 그러나 불안했다. 죽을 날이 멀지 않은 까닭에 노파심이 일었다. 과연 내가 죽기 전 영생의 비밀이 풀릴 것인가? 아니, 도대체 영생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 아이헨도르프는 이런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어 아르고스에게 전에 없던 대화를 유도했던 것이다. > 한참을 응시하던 아르고스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 “생명의 진화는 완전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에요. 죽지 않으면 진화는 있을 수 없죠. 따라서 생명체는 영원히 살 수 없어요. 이 우주가 영원하지 않듯이...” >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와락 밀려드는 불안감에 심장이 마구 곤두방망이질 친다. 아르고스는 인간보다 몇 백년인지 몇 천년인지 모를 정도로 앞선 과학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고스는 영생이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런 걸까? 그렇다면 달에서 수행되고 있는 연구는 결국 부질없는 짓이란 말인가? > 아이헨도르프가 허망함에 몸부림칠 때, 문득 아르고스가 처량하게 말했다. > “이제... 작별의 순간이 다가왔군요, 아이헨도르프 박사님.” > 뜬금없는 소리다. 아이헨도르프는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 “그게 무슨 소린가, 아르고스?” > “애초의 예정으로는 십이 년 후가 되어야 했지만... 저는 그분과의 정신감응을 통해 작동되도록 프로그램 되었어요. 이제 그분의 의식이 소멸하고 있어요. 저 또한 소멸할 거예요.” > “소멸하다니...?” > “그분의 의식이 소멸하고 있어요. 저도 곧 소멸할 거예요.” > 아르고스의 형제가 흔들리면서 흐릿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도 희미해졌다. > 이 갑작스런 변화가 혼란스럽다. 아이헨도르프는 다급히 소리쳐 물었다. > “그분의 의식이 소멸하다니? 폐하께서 돌아가신다는 말이냐?” > 아르고스의 형체와 음성이 더욱 희미해졌다. > “이별이군요.... 안녕히 계세요... 박사님...” > 아르고스의 금광이 돌연 강렬해지는가 싶더니 일시에 사라졌다. 아르고스가 있던 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다. > “아르고스! 아르고스!” > 아이헨도르프는 당황하여 소리치면서 두리번거렸다. 아르고스는 어디에도 없었다. 거울처럼 매끈한 바닥과 둥근 벽, 둥근 천장... 은빛 일색의 텅 비어버린 방안에는 아이헨도르프만이 홀로 서 있을 뿐이었다. > “이별이라니... 이별이라니...” > 멍청하게 서서 중얼거리던 아이헨도르프는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느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 “그분의 의식이 소멸했다고...? 폐하가 돌아가셨단 말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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